사용기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제품 위주로 작성되어서인지 출시된지 한달 이내에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출시된지 겨우 한두달 남짓 지난 후 작성되는 만큼 기기의 장점과 단점을 깊이 살펴보기에는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원플러스 3T라는 녀석이 저와 함께한지 어느새 1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49만원의 가격에 작년 12월 초에 구매해서 12개월 할부마저 끝났네요. 더이상 재고가 없어서 지금은 구하고 싶으셔도 방법이 없겠지만 (큐텐에서도 품절) OP3T의 장점은 OP5의 장점이기도 하고 OP5T의 장점이기도 하니까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유별나게 뛰어난 점
- 사용자가 행하는 동작이 무엇이던간에 빠릿빠릿하게 작동합니다 (지문인식, 멀티태스킹, 앱 전환 등등)
- 멀테렉은 거의 없는 수준이구요
- 6GB를 꽉꽉 채워쓰는 관대한 기억력의 램정책
- 밖에 나갈때 음악 틀고, 카카오버스로 버스 언제오나 보고, 카카오맵으로 길찾은 다음에, 텔레그램 켜서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카톡 켜서 단톡방 확인하고, 다시 음악앱 들어가서 음악 바꾸고, 크롬 켜서 클리앙 잠깐 본 다음에,
- 다시 길찾기 보려고 카카오맵을 켜면 리프레쉬 없이 바로 앱이 방금 상태에서 지속된다는 점.
- 삼성폰에서 똑같은 동작을 수행했을때 절대로, 한번도 지도앱이 그대로 살아있었던 적이 없어요.
- 순정 안드로이드에 추가한 기능들이 꽤나 많은데 그 기능들이 거의 다 쓸만합니다
- 기본/화이트/블랙 테마 + 악센트 컬러까지 지정 가능
- 상태바 아이콘이나 하단 터치키를 커스텀롬 수준으로 입맛에 맞춰서 쓸수 있음 (아예 터치키를 끄고 소프트키를 불러오는 기능도)
- 깔끔한 전화, 문자, 날씨 앱
-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두번 톡톡 눌러서 화면을 켠다던지, V자를 그려서 플래쉬를 켠다던지 하는 제스쳐 기능
- 5V 4A라는 무시무시한 20W 출력을 폰에 쏟아넣는 Dash Charge 고속충전 기술
- 구글도 픽셀에 18W짜리 충전기 넣어놓고 15W로 제한걸면서 몸사리는 와중에... 폭발 안하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 $482 (실구매가 498300원)의 착한 가격
중국폰답지 않게 좋은 점
- 중국폰답지 않게 쓸만한 자동밝기 알고리즘
- 중국폰답지 않게 양호한 통화품질
- 중국폰답지 않게 멀쩡한 카메라 이미지 프로세싱
- 삼성같이 과도하게 샤픈을 눈아프게 높힌다던지, 채도를 과하게 끌어올린다던지, HDR을 켜도 많이 인색하다던지, 야간만 되면 자동노출이 어리버리 깐다던지, 카메라 앱만 켜면 밝기를 최대로 끌어올린다던지... 그런 이상한 짓거리를 안해놓아서 일단은 합격점입니다.
- 기본 앱에서의 HQ 모드를 켜면 여러장을 합성해 노이즈를 없애주는데 저조도 상황에선 켜고 찍으면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앱을 켤때마다 HQ 모드를 매번 켜줘야 하는건 좀 불편함)
- 구글 카메라 앱을 설치하면 구글 픽셀에 탑재된 HDR+를 사용할 수 있는데, 컬러나 DR에서 매우 인위적인 결과물이 나와서 케바케입니다.
- 샤오미같은 중국폰과 비교했을 때는 훌륭하지만, 애플/삼성/구글과 비교했을 때는 조금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낮은 신뢰도 (방수 포함)
- 삼성, 구글, 애플같은 규모의 소프트웨어 인력이나 노하우가 받쳐주질 않는다는게 훤히 보입니다.
- 구형 기종을 내팽겨치고 업데이트를 안해주거나, 카메라 이미지 프로세싱이 아쉽다던지, 문자 발송같은 기본적인 부분이 잠깐동안 뻗는다던지 하는 부분도 있고
- 백도어나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 카메라 자동초점 맞추는 속도와 민감도가 답답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센서에 위상차 픽셀이 탑재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 카메라 자동노출 알고리즘 역시 답답합니다. (ISO를 일부러 낮추고 셔속을 길게 잡음)
- 퀄컴 Quick Charge 규격을 지원하지 않고, USB 2.0 채택으로 인해 USB-PD마저 지원하지 않음
- 고속충전은 밖에서 배터리 간당간당할때 빛을 발하는데, 원플러스 3T는 5V 1.2A밖에 지원하지 않습니다.
- Dash Charge를 지원하는 보조배터리 혹은 악세사리가 전무함...
- 어차피 집에서는 자기전에 꽂아놓고 자는데 20W짜리 고속충전이 무슨 의미일까요?
- 감수성 떨어질 정도로 빠르게 설정해둬서 무뚝뚝한 느낌을 주는 시스템 애니메이션
- 구글 픽셀 XL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열등한 배터리 수명 (화면켜짐 4시간 반)
아쉬웠으나 해결된 점
터치 레이턴시가 심해서 화면이 손가락을 겨우 쫓아감→ 마쉬멜로 때는 답답한 수준이었으나 누가, 오레오 오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삼성폰이랑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괜찮습니다.시스템 글로벌 오디오 이퀄라이저 없음→ 업데이트 후 생겼습니다... 하지만 영 음질이 별로라 그냥 껐습니다.멀쩡한 음악앱이 없음→ 아예 기본 음악앱이 올해 9월부로 사라졌습니다. 써드파티 음악앱으론 Shuttle+ 강추합니다AOD 및 Lift-to-Wake같은 편의기능의 부재→ Lift-to-Wake는 업데이트 후 생겼습니다. AOD는 아직 없습니다민망할 정도로 느리고 가끔 아예 안되기도 하는 레일플러스 교통카드→ 업데이트 하더니 요즘은 태그가 빠릿빠릿하고 정확하게 잘 되네요. 국산폰에 들어간 티머니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
총평
"삼성, 구글, 애플같은 규모의 소프트웨어 인력이나 노하우가 받쳐주질 않는다는게 훤히 보입니다."
처음 원플러스 3T를 살땐 '사람들이 구글 픽셀 XL을 왜 살까? 원플러스 3T가 가격도 훨씬 더 싸고 디자인도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스펙만 따져보면 프로세서, 화면 크기, 배터리 용량, 카메라 스펙이 거의 다 비슷비슷한데도 불구하고 픽셀은 거의 두배가량의 가격을 주고 사야했으니까요.
13개월이 지난 지금 얻게된 한 가지 교훈은 스마트폰은 조립PC같이 부품을 조합해서 조립하면 뚝딱하고 끝나는 기계라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다지고 볶고 양념치는 요리사의 노하우나 실력이나 규모가 하드웨어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픽셀 XL이 원플러스 3T와 비슷하거나 열등한 하드웨어 스펙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좋고 쾌적한 카메라에, 훨씬 더 오래가는 배터리 수명을 가지고 있고, 실외에서 USB-PD 보조배터리로 충전도 되면서, 3년동안 시스템 업데이트도 보장이 되고 백도어 걱정도 안해도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권태기마저 지난 오래된 부부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요. 이미 1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엔 전우애만이 남았는지, 원플러스 3T는 미운정 고운정으로 앞으로 3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옆에 두고 싶은 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기기와 함께한 시간들의 행복했던 기억들과 나쁜 기억들을 동시에 품은 채로 말입니다.
아이폰X 쓰는데 탭틱엔진이 감동이더라구요 ㅜㅜ
백도어 문제만 없다면 제겐 완벽한 스마트폰이네요 ^^
현존하는 롬 중에선 제조사롬보다 최적화가 가장 잘되어있는듯 싶어요